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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사운더스 축구 경기 관람 II: 2013년 5월 18일 시애틀 사운더스 vs. FC 댈러스 [MLS] Rave Green

이 날까지 FC 댈러스는 7승 1패 3무로 서부리그 1위를 달리던 팀이고, 사운더스는 3승 3무 3패로 서부리그 9팀 중 8위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사운더스는 최근 경기 상승세로 지난 홈경기에서 새너제이 어스퀘이크를 4-0으로 격파했고, 그 전 어웨이 경기에서는 캔사스를 1:0으로 이겼다. 댈러스 역시 리그 1위팀 답게 9경기째 무승 기록을 이어오고 있었다.

토요일 오후에 다운타운에 가는건 심각한 교통체증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았기때문에 넉넉히 시간을 두고 출발했음에도 얘기치 않게 99번 고속도로가 다운타운에 접어들면서 꼼짝도 안하게 막혀버리는 바람에 그 길 위에서만 한시간 가까이 잡혀 있었다. 그래서 아쉽게도 첫번째 축구 경기 관람은 전반전이 거의 끝나가는 시간에야 경기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경기가 진행 중인 센츄리링크 필드


센츄리링크필드는 세이프코필드와 마찬가지로 음식은 가지고 들어갈 수 있지만 술과 음료수는 반입이 안된다. (유일하게 액체는 따지 않은 생수병에 들은 물만 반입 가능하다.) 원래 계획은 조금 일찍 도착해서 주변에 널려있는 핫도그 가게에서 핫도그를 사가지고 들어가 맥주와 함께 먹는 거였는데, 늦는 바람에 경기장 안에서 식사와 술을 해결하니 그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갈릭 프라이가 괜찮았다.

저녁은 갈릭 프라이와 더블 치즈 버거. 버거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컸다.



말로만 듣던 4만 관중을 직접 보니 정말 장관이었다. 원래 이 경기장은 공식적으로 6만7천명 정도가 입장이 가능한 경기장이다. 프로 미식축구 시호크 경기가 있을 때는 관중석 전체를 다 쓰고, 축구 경기가 있을 때는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이층 윗부분을 광고로 덮어서 4만 석 정도만 오픈한다고 한다. 이 오픈된 좌석은 거의 모든 경기에 매진이 되고, 작년 포틀랜드와 경기에는 관객이 너무 몰려서 전체를 다 오픈한 적도 있다고 한다. 공식 서포터즈인 시애틀 사운더스 얼라이언스는 골대 뒤에 자리잡고 앉아 쉬지않고 뛰며 응원가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경기장에 가장 가까운 맨 앞쪽 세션에는 누구 하나 자리에 앉지 않고 모두 서서 경기를 보고 있었다.

4만 관중이 지켜보는 경기

깃발 흔드는 애들이 서포터즈


안타깝게도 이미 전반전에 사운더스가 2 골을 넣어 2:0으로 앞서고 있었다. Score Big이라는 웹사이트에서 (scorebig.com) 두 장에 30 몇 불에 구매한 티켓이었는데 (원래 가격은 70불이 넘지만, 아마존 로컬에서 나온 스코어 빅 할인 쿠폰으로 15불 할인을 받고, 스코어 빅 웹사이트에서 또 20불 가까이 할인을 받은 금액이다) 자리는 골대 바로 옆에 아주 좋은 자리였다. 의외로 사운더스가 벌써 두 골을 넣어 복잡한 기분이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얼마나 억울할 것인가...

하프타임때 들어와서 정신없는데다가 구역을 잘 몰라 잠시 다른 사람의 자리에 앉아있었다. ㅎㅎㅎ


경기는 하지만 후반만 보았는데도 무지 재미있었다. 후반이 시작하고 9분이 지나 댈러스가 우측 미드필드에서 얻은 프리킥을 브라질 출신의 미셸이 차고, 수비수들이 모두 놓쳐서 완전히 자유롭게 골대로 향하던 케니 쿠퍼(Kenny Cooper)가 헤딩 슛으로 연결시켜 한 골을 만회 했다. 7분 뒤에 얻은 코너 킥에서  미셸은 "올림피코"라고 불리우는 코너킥으로부터 직접 슛을 성공시켰다. 사실 이 두 골은 모두 사운더스로는 안타까운 순간이었는데 모두 다 수비 실패로 나온 골이었기 때문이다. 첫번째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공격수 한 명을 완벽하게 자유롭게 놔 두었다. 두번 째 골은 더욱 아쉬웠는데, 코너킥 상황에서 사운더스 수비수들이 댈러스의 수비와 몸싸움을 제대로 하지 못해, 댈러스 공격수 하나가 골키퍼 스퍼닝의 앞을 효과적으로 가로 막아 코너킥 슛에 손을 쓸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후반이 되고 15분만에 동점이 되니 무척 긴장이 되었다. 그리고 두 골 모두 아주 어이없이 간단하게 먹었기 때문에 관중석에도 동요가 일어났다. 그러나 바로 동점골을 먹자마자 이어진 사운더스의 공격에서 지난 경기 두 골을 넣었고, 이날에도 두번 째 골을 성공했던 네이글(Neagle)이 영리한 패스를 전방의 에디 존슨에게 연결시켰고, 에디 존슨은 침착하게 이날의 두번 째 골을 성공시켜 다시 리드를 잡았다. 에디 존슨 역시 달려오는 골키퍼를 한템포 죽여서 살짝 따돌리고 여유있게 넣는 노련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골을 바로 성공시키지 못했더라면 사실 분위기는 댈러스 쪽으로 완전히 넘어갔을 수도 있었는데 사운더스로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사실 댈러스의 두 골이 모두 세트피스로 성공했지만, 그 전까지 사운더스가 매섭게 공격을 퍼붓고 있었고, 거의 골이 될만한 장면도 두 번 이상 있었기 때문에 동점이 된 상황이 사운더스에게는 매우 기분이 나빴고 분위기가 전환될 순간이었는데, 에디 존슨의 이 골이 이 모든 어려움을 다시 사운더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었다. 게다가 댈러스로는 설상가상으로 72분에 공격수 페레즈가 사운더스 진영에서 사운더스 수비수 곤잘레스와 공중볼을 다투는 과정에 팔꿈치로 곤잘레스를 쳐서 곤잘레스 얼굴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혔다. 곤잘레스는 피를 철철 흘리며 경기장을 나갔고, 흥분한 관중들은 야유와 욕을 퍼부었고, 당황한 주심이 부심에게 달려가 정확한 상황을 파악한 뒤에 페레즈에게 레드 카드를 주었다. 항의하는 댈러스 선수들에게 4만 관중은 야유를 퍼부었고, 관중 들의 야유속에 퇴장당한 페레즈 이후로 댈러스는 날카로운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후반에 교체로 들어오느 마틴스가 마지막 마무리를 해 주었다. 수적 우세를 가진 사운더스는 계속해서 공격을 늦추지 않았고, 침착한 마틴스의 마무리로 사운더스는 4-2로 경기를 마무리 했다. 마틴스의 골 이후에 그의 특유의 덤블링하는 모습을 경기장에서 직접 볼 수 있었다. 최근 두 경기를 모두 홈경기를 했고, 그 두 경기에서 8골을 넣은 사운더스에게 팬들의 환호는 계속되었다.



경기 하일라이트


사운더스 경기를 보고 가장 놀란 건 최소한 시애틀에서 축구는 히스패닉이나 유럽에서 최근에 이민온 사람들 - 즉 원래 축구를 광적으로 즐기던 사람들 - 의 스포츠가 아니라는 것이다. 시애틀은 원래 백인 비율이 다른 도시에 비해 매우 높은 도시이기도 하지만, 축구에 있어서도 역시 시애틀의 인구구성비율이 그대로 드러난다. 즉, 시애틀에서 축구의 인기는 특정 인종에 편중되었다기 보다는 그냥 널리 퍼진 인기있는 종목이라고 할 수 있다. - 하지만 아시안의 비율은 절대적으로 적었다. 아시안들이 축구를 보통 매우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경기장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는 점도 특이했다면 특이한 사실이었다.

시애틀에 메이저리그 축구가 시작된지는 이제 4년째 밖에 안되었지만, 축구팬의 문화가 이미 현지의 것으로 잘 정착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20-30대 남성의 비율이 매우 높기는 하지만, 그래도 경기장에는 가족단위로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도 많았고 의외로 나이가 많이 든 노인들도 많았다. 한 골 한 골에 열광하고 흥분하는 저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또 자기 아이들을 데리고 시즌권을 끊어서 축구를 보러 올 것이다.

아마도 비공식 서포터즈 중 하나인듯. 경기가 끝나고 기념촬영..


서포터의 극성이야 어느 지역에 가도 비슷하겠지만, (미국 다른 도시들은 아닐 수도 있겠다.) 여기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운드 웨이브(Sound Wave)라는 이름이 붙은 마칭 밴드다. 메이저리그 축구에서는 최초로 사운더스 팀은 53명으로 구성된 마칭 밴드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들은 경기 내내 서포터즈 반대 쪽, 골대 뒤쪽의 1층/2층 경계에서 음악을 연주한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고 나면 다시 경기장 입구로 나와 관객들과 함께 음악으로 뒤풀이를 한다. 나중에 집에 와서 찾아보니 시애틀 축구 팬들은 경기가 있는 날이면 경기장과 그리 멀지 않은 파이오니어 광장 안의 옥시덴탈 공원에 모여 사운드 웨이브와 함께 경기장까지 행진을 해서 입장을 한다고 한다. 다음에 경기를 보러 갈 때에는 반드시 이들이 몇시에 출발하는지 알아내서 이들과 함께 경기장에 입장하려고 한다.


경기 끝나고 사운드 웨이브와 관중들의 뒷풀이....


이 날의 경기를 보고나서 사운더스의 팬이 되기로 결심을 했다. 축구의 불모지 미국에서 이렇게 많은 관중들과 함께 축구를 볼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 날 정도의 경기력이라면 즐겁고 스릴있게 경기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트라오레, 마틴스의 경기를 옆에서 볼 수 있다는 흥분과 이제 친숙해진 사운더스의 스타들 - 에디 존슨, 브래드 에반스, 로잘레스 등등 - 을 지켜 볼 수 있다는 설렘이 생겨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슬슬 사운더스 저지에 누구 이름을 새기는 것이 좋을지 고민해 봐야겠다.



덧글

  • 미국에축구바람 2013/10/11 23:20 # 삭제 답글

    잘 봤습니다^^

    미국이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계기로 미국프로축구에 사람이 굉장히 늘었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시애틀은 축구 문화 + 미국 특유의 응원 문화가 더해져
    유럽 축구 문화와는 또 다른 독특한 맛이 있네요.

    미국내에서도 언젠간 축구가 4대 스포츠 못지 않은 국민적 스포츠가 될 날이 오겠죠??

    시애틀 사운더스에 한명쯤 한국인 선수가 뛰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네요ㅎㅎ

    박주영 선수가 유럽에서 계속 갈팡지팡 하는데.. '차라리 MSL 진출해서
    성공도 하고.
    그로인해 우리나라의 대중에게 MSL이 많이 비춰지면 좋을텐데' 라는 생각도 해봅니다ㅋ
  • 기억의천재 2013/10/31 14:23 #

    박주영이든 누구든 한국 선수들이 시애틀에 오면 최소한 이 도시에서는 영웅이 될 수 있어요. 다른 도시에서는 사실 누가 자기네 지역 선수인지 잘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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