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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한국과 중국에 사과하는 방법? Memory Studies

Jennifer Lind, "The Perils of Apology: What Japan Shouldn't Learn From Germany," Foreign Affairs Vol. 88, No. 3 (May/June 2009):132-146.

따끈따끈한 제니퍼 린드(Jennifer Lind, Dartmouth 대학 정치학과 교수)의 논문을 들고 있다.
이 아줌마 이쁜 얼굴에 성격도 털털해서 우리가 주최한 컨퍼런스에 왔을때 단박에 급호감이었다. 그러나 결국 발표하는 걸 보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최근에 다시 그녀의 책을 읽으며 (Jennifer Lind, Sorry States: Apologies in Internatinoal Politics (Ithaca: Cornell University Press, 2008)) 첨에 느꼈던 매력이 반감되었다. 포린 어페어에 실린 이 논문 "사과의 위험성: 일본이 독일로부터 배우지 말아야 할 것" 역시 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킬만한 글이다.

물론 이 사람이 하고 있는 일은 국제정치에서 잘 다루지 않는 "사과"를 통해 양국의 인식문제를 다룬 것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 다루는 주제가 새롭다면, 다루는 방식도 새로워야 하는데, 기존의 국제정치 방법론의 문제틀을 그대로 사용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삐걱 거린다.

특이한 주장이라고 한다면, 한 국가가 다른 나라에게 사과를 할 때 그것은 단지 양국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과로 인해 국내 보수 집단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그 보수 집단은 사과로 인해 보다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게 되고, 그것이 양국 관계에 또 다시 악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린드는 사실 사과가 보수 집단의 반발을 불러 온다는 데서 그쳤어야 했다. 그랬으면 분명 그 책이 국제정치 박사논문이 되지는 못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책의 주장은 간단하다. 과거사에 대한 부정이 양국 간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은 분명하나 과거사에 대한 사과가 양국간의 화해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앞에 말한 사과로 인한 국내 보수 진영의 반발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실 린드의 책에는 문제가 많은데, 첫째, 보수 진영의 반발이 반드시 사과로 인해 촉발된 것이라는 분명한 증거가 없다. 상황적 증거들은 보수의 반발이 사과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 한국의 경우에서도 보듯이 보수의 반발은 단지 "사과" 뿐 아니라 그 밖에 역사를 둘러싼 모든 사안들에 대한 반발일 경우가 많다. 두번째, 보수의 반발이 사과로 인해 촉발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리고 그 보수의 반발이 사과의 대상이 되는 국가에 존재하는 피해자들을 자극하여 그들의 사과한 국가에 대한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화해 혹은 대립을 가져오는지에 대한 증거는 확실하지 않다. 즉, 한일/중일 관계에서 보듯이 타국에 대한 인식이 극도로 적대적이었던 경우에도 국내 정치를 겨냥한 정부의 외교관에 대한 소환 등 아주 수사적인 행위들을 제외하고 양국의 실질적인 관계나 경제적 교류등이 심각하게 줄어든 경우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린드는 책의 시작 부분에 사과와 타국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살펴보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녀는 타국에 대한 인식과 양국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상관관계를 파악하지 않은 채, 부정적 인식이 곧바로 적대적 관계를 낳는 것 처럼 이야기 한다. 그러나 남한에서는 북한 사람들보다 일본 사람들을 더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남북관계는 언제도 한일 관계보다 나아진 적이 적어도 65년 이후에는 없다.

다시 논문으로 가보자. 논문은 책의 내용을 반복하면서 책에서의 주장을 더욱 간결하게 소개하며 전망을 덧붙인다. 논문의 주장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일본이 주변국들과 화해를 하기 위해서는 흔히 알려져 있는 독일 식의 사과방식이 아니라 전쟁 직후 아데나워 시기의 독일과 같은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데나워 시기의 특징은 무조건적인 사과가 아니라 한편으로 과거에 대한 기억을 하면서 한편으로 자랑스러운 독일에 대한 기억 - 혹은 독일의 죄악에 대한 일부 망각 - 이 공존하는 것이다. 린드에 따르면 오히려 이 시기에 독일과 프랑스의 관계에 개선을 이루었고, 이후 독일이 적극적으로 과거를 다시 전면적으로 검토할 때는 오히려 국내 보수세력의 반발을 가져왔기 때문에 일본은 독일식 사과 모델 중에서도 아데나워식 모델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잘못된 가정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장 간단하게 이야기 한다면, 그녀도 전망부분에서 지적하듯이 양국간의 화해라는 것은 실질적인 과거사, 특히 그중에서도 사과라는 단일한 변수와 관련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관련된 다른 많은 요인들이 걸쳐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단지 사과의 형식으로 이러한 것을 재단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또한 역사적 경험이 다른 두 나라의 경우를 놓고 일반화시키는 데 있어서 큰 문제가 있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린드의 발견은 과거에 역사적 과오를 저지를 국가에서 사과를 했을 때 국내 보수의 반발을 불러와서 타국의 자국에 대한 인식을 보다 부정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앞에서 지적했듯이 양국간의 관계가 단일한 사과라는 요인 이외에 보다 복잡한 요인 - 여기서 예를 들면, 다자주의적 관계인지, 양자적 관계인지 혹은 양자적 관계가 복합적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앞에 다가온 경제적 이익을 비롯한 다른 국가적 이익과 과거사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그리고 보다 결정적으로는 국내 정치 세력의 동원을 위해 어떠한 이데올로기/역사적 방식을 사용하는지 등 - 들이 있기 때문에 부정적 인식이 곧바로 적대적 관계를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

사실상 린드의 이야기를 다른 식으로 설명하자면, 혹은 린드가 염려하고 있는 문제를 내 식으로 설명하자면, 한 국가가 그 국가의 역사적 과오에 대해서 사과를 위해서는 그 이전에 국내에서의 사회적 통합이 우선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할 뿐이다. 이 지적은 - 린드가 명시적으로 지적하지는 않지만 - 사실상 기억의 정치의 문제에서나 민족주의 문제 모두에서 매우 중요하다. 사회의 다양한 집단들이 서로 다른 과거의 기억에 대해 옳다고 주장하고 있을 경우 그것은 종종 치열한 대립을 하곤한다. 그러한 사회적 대립 속에서 역사 및 과거에 대한 합의된 기억 - 망각이 없을 경우 역사/과거에 대해서 국가가 주도권을 잡으려는 어떠한 시도도 내부의 분열을 가져오게 될 것은 명확하다.

그러한 점에서 린드의 분석에 동의를 한다면 오히려 문제는 어떻게 아데나워 식의 방식이 가능한지를 국내적으로 다시 고민할 필요가 생긴다. 즉, 어떻게 사회의 대립되는 양자가 공유할 수 있는 기억을 다시 만들어낼지.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망각해야 하고 그러한 내러티브를 어떻게 만들어내야 할지가 오히려 역사문제가 켜켜이 내려 앉은 동아시아에 필요한 일일 것이다.





덧글

  • vermin 2009/04/29 05:39 # 답글

    잉위만화를 보셔야 할듯
  • Tofu 2009/05/18 02:07 # 삭제 답글

    린드교수를 직접 보셨군요.
    전 책 속표지에 있는 사진을 보고는 에이브릴라빈과 비슷하다고 생각을 했더랍니다.
  • 기억의천재 2009/05/20 07:11 # 답글

    사진보다는 실물이 훨씬 낫답니다. 성격도 참 좋으시고요. 다만 주장과 방법론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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